시작하기

Pen-name specimen

각성

필명으로 남겨진 문장을 천천히 펼쳐 읽습니다.

"우리 그만하자." 맞은편에서 라면을 먹던 여자친구가 갑작스레 말했다. 평소와 달리 라면을 깨작거리며 눈치 보더니 이 말하려고 기다렸던가. 하지만 이미 수차례 겪은 레퍼토리였다. "라면이나 먹어. 나중에 또 후회하지 말고." "농담 아니야." 나는 고개를 슬쩍 들어 여자친구를 살폈다. 자잘한 스크래치를 품은 안경알 너머로 촉촉한 눈동자가 보인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별 통보에서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뭐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이렇게 사는 거 이제 지긋지긋해. 매일 먹는 이 라면도, 곰팡이 가득한 이 반지하방도. 그리고 그중에 제일 힘든 건..." 울먹이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와 반지하방을 번갈아 보던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방구석에서 코인만 하고 있는 너야. 나...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어." "그게 무슨? 잠깐만. 어디 가는 거야! 야! 김피카!" 여자친구는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반지하 방을 뛰쳐나갔다. 잠시 망설이다 뒤따라 나서던 나는 반지하 철문에 붙여 놓은 거울을 마주하고 걸음을 멈췄다. 개기름 가득한 넙대대한 한남얼굴. 검은 뿔테 뒤로 숨은 얼굴 뒤로 곰팡이 가득한 벽지가 들어왔다. 거울을 들여다 보던 나는 몸을 돌려 방구석으로 향했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컴퓨터 모니터 앞이었다. 코인 시작하며 한 번도 꺼본 적 없는 모니터 창에 낯선 숫자가 떠 있었다. "... + 880000% ?"

Public replies

공개된 편지

0

아직 공개된 편지가 없어요.